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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체벌에 대한 기억 (2)
체벌에 대한 기억
잡설 2006/07/27 11:55

초등학교, 정확히는 국민학교 4학년때. 실과라는 과목이 있었다. 그때 실과 선생님의 수업방식은 특별(?)했다. 매시간마다, 전에 배운 범위- 그러니까 고작 몇페이지 내에서 쪽지시험을 보고, 틀리는 갯수만큼 손바닥을 맞는 거였다. 근데 그 매 한대 한대가 어찌나 아프던지. 한대만 맞아도 울음이 나고 손이 퉁퉁 붓는 정도였다. 시험을 보고 나서 짝과 바꿔 점수를 매기는데, 한문제 한문제 답이 불려질때마다 애들의 일그러지던 표정과, 한숨과...

이렇게 끔찍한 기억이긴 한데, 사실 나는 일년동안 그 수업시간에 한대도 맞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난 그 매가 너무너무 무섭고, 싫었다. 맞는게 정말 끔찍했다. 그리고 방법은 유일하고, 간단했다. 그 수업이 있기 전날이면, 진도범위내의 교과서를 달달달 외워버렸다. 그리고 나중에는 특전(?)을 활용했다. 시험보기전 1:1 면담식으로 외운걸 검사받으면, 시험을 면제해주는 특전. 더 어려웠지만, 그만큼 더 달달 외웠다. 쪽지에 답을 써나가는 그 떨림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한문제 한문제 답을 쓰고 채점하기까지의 그 긴장감, 정말 싫었거든.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고, 덕분에 한대도 맞지 않고 일년을 넘길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이었다고해서 자랑스럽다거나, 기쁘다거나 한적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은 많을지 몰라도. 그저 그 경험이 나에게 남긴건, '맞지 않으려면 정말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구나' 라는 깨달음이었다. 그 과목에 대한 흥미나 재미따위야 없어진지 오래였다. 공부하는 습관이 배기는 커녕, 오히려 암기과목에 대한 지긋지긋함만 가득했다. 물론, 그때 외운내용들이 머리에 남아있을 리도 없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 그뿐이었다. 선생님이 우리를 공부시키려고 이런 방식을 쓰시는구나-는 생각 따위,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 입장에서는 꽤 효과적이긴 했을거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 실과 평균은 유달리 높았으니까. 소문난 말썽쟁이들도, 그 과목만큼은 공부에 매달렸으니까.

중학교, 고등학교때 체벌에 대한 기억도 엇비슷하다. 성적 떨어졌다고 엉덩이 맞을까봐 속바지 끼어입고 낄낄대던거, 회초리 맞아 부어오르던 손바닥 - 맞을때 박자맞춰 손을 내리면 덜 아프다고 우리끼리 연습했던일, 뺨맞는 친구를 바라보며 진저리치던 일....

선생의 화풀이로 인한 체벌이나 정도가 심한 체벌을 반대한다는 거야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체벌 이전에 '성적' 가지고 체벌을 받는다는 걸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공부를 못하면 왜 맞아야 하나. 단순히 점수가 떨어졌다고 혹은 몇점 이하라고 왜 맞아야 하나. 노력을 안한다고 꾸지람하는 거라고 해도, 도대체 그게 왜 폭력에 의한 두려움으로 해결되어야 하나. 그렇게라도 공부시키는게 교육이라고 믿는거 같은데, 그게 정말 교육일까. 그저 학벌주의 성적중심인 이 사회에 길들이는게 아니라?

도의적인 잘못, 버릇 없는 행동, 속칭 말해 '감당안되는 애들'을 가르치는 방법으로서의 체벌도 그렇다. 흔히 드라마만 봐도 나오지 않나. 그런 애들이야말로 사랑이 부족하고 관심이 부족하고 그런 문제라는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뻔하기도 하다. 문제는 어려워서 그렇지.

체벌은, 선생이 목표를 이뤄내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교육에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는데, 단순한 조건반사식 방법을 쓰고 있는 셈인데, 그건 동물들도 할줄 안다구.

물론 그 책임이, 단순히 지금 선생님들에게 돌아갈수는 없다고 본다. 지금의 교육환경에서, 지금 교사가 되는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담보되기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어떤 상황과 환경이 있던간에, 아닌건 아닌거다. 그래서 원칙인거고.

체벌의 불쾌한 기억따위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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