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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0년째, 등록금 집회를 다녀와서 (4)
10년째, 등록금 집회를 다녀와서
잡설 2008/03/29 14:26
어제, 3.28 등록금 집회를 다녀왔다. 등록금 집회를 다닌지 벌써 햇수로 10년이다. (99년에는 교육재정확보였을지 몰라도 등록금 집회는 아니었던가. IMF라고 잠깐 등록금이 동결됐었다) 그동안 등록금은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제는 상징적인 얘기가 아니라 1년에 1000만원 넘는게 우습게 됐다. 나도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금액을 갚고 있는 형편이니, 등록금이 지금 우리 세대에게 끼치는 영향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언론의 표현처럼 대학생들이 '봉기'해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그런 부담감 때문인지, 이명박은 특별 지시라도 내린듯 했다. 체포전담조를 투입한다 했고, 행진중에 멈춰서거나 앉으면 해산하고 연행해 간다고 했다. 언론들은 이 집회를 주목했고 - 인터넷 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 말로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뭐 하나 터질것 같다'며 그걸 기다리는 눈치라고 했다.

그런걸 잘 알고 있던 때문인지, 등록금 집회를 준비하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절대 한톨의 빌미도 주지 말자- 는 것이었다. (등록금 집회 참석 단체들 책임자 회의가 사전에 있었다) 그것은 '폭력시위를 하지 말자'는게 아니었다. 폭력시위는 예정에도 없고, 준비하는 경우도 없다. 적어도 내가 봐온 10년은 그렇다. (물론 몇몇 과격한 사람들- 이 제멋대로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시위대에서도 싫어한다.)

사람들은 "지금 이렇게 많은 언론이 와 있고 체포전담반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작은 일이라도 일어나면 내일 신문의 헤드라인은 전부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온 이번 행사를 그렇게 보도하게 놔둘수는 없다. 조금의 여지도 없게하자"고 입을 모았다.

10년동안 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면서 항상 똑같았던 경험 중 하나는, 시위가 끝나면 각종 9시 TV뉴스 등을 확인하며 실망하던 일이었다. '교통대란'과 '시위대 충돌'이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했다. 참가했던 우리가 아무리 억울해도- 언론에 일단 보도되면 끝이었다. 그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해가도 도대체 대학생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 제대로 나오는 곳은 없었고, 그런 언론에 많은 대학생들은 실망하고 또 분노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뻔했다. 잠깐의 충돌만 있어도 언론에 보도될 헤드라인이 눈에 선했다. 결국 최소한의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서는, 한겨레 기사(☞집회 봉쇄 ‘오버하는’ 경찰) 에 나온 것처럼 집회 장소를 조정하고, 행진을 축소하고, 경찰의 제재에 최대한 맞춰주어야 했다. 덕분에 집회 대열에서 바라본 건 시민들이 아닌 경찰들이었다. 왼쪽을 봐도 경찰, 오른쪽을 봐도 경찰, 앞을 보면 전경차, 뒤를 보면 사복경찰들이 몰고다니는 봉고차. 집회 대오보다 두배가량의 경찰이 투입됐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지.

그리고 이번 집회가 무사히 끝나자, 대부분의 언론은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도에 집중했다. 아- 지겹다. 그리고 빠지지 않은 교통체증 유발 기사도 역시, 지겨우시다. 아니 시위는 왜 하나. 사람들에게 우리 의견을 알리려고 하는 거다. 교통체증이 있는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문제는 그런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만큼 그 의견이 옳은것이냐 아니냐를 따져봐야 하는거고 그게 언론이 할 일이다.

그렇게도 보도할게 없을까? 수천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그렇게도 사람들이 '정치무관심'이라고 단정짓던 대학생들 수천명이 정치적인 요구를 내걸고 집회를 하고 있는데 말이지. 이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상한제가 무엇인지, 등록금 후불제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국공립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수많은 교대생이 모인건 무엇때문인지 - 그런 내용들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더라.

어떤 기사들은 대학생들이 '랩과 노래'를 부른다며 평화롭고 밝은 분위기의 집회로 변했다 하더라. 덕분에 시위가 평화로왔다면서. 물론 이번 집회에는 '뱀이다~'노래를 개사해 부르기도 했고, 개그맨이 와서 패러디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공연도 있었다. 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신다. 대학생들은 언제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준비하며 집회에 임해왔다. 다만 변했다면 그 노래와 율동이 유행을 타고 변해왔다는것 뿐이겠지. 10년째 같은 춤을 출수는 없잖아?

10년이 지나는 동안 등록금 문제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지만 -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10년전과 크게 다를바가 없고 오히려 정부는 10년도 훨씬 전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더라,는게- 이번 집회를 다녀와서 가장 크게 느낀점이랄까.

덧붙여.
어떤 블로거는 왜 대학생들이 등록금 집회에서 사진찍고 놀고 있느냐고도 하던데 - 그건 그만큼 이들이 등록금 집회에 자신의 본 모습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모습만 보고 진지함을 찾아볼수 없다고 보는건 속단이다. 지방에서 새벽같이 차를 타고 올라와 밤늦게 다시 내려가고, 이 집회 하나를 위해 미리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피켓과 가면, 뿔과 풍선을 준비해온 대학생들은 (거기다 참가비까지 낸다! 무대도 행진도 대학생들의 참가비로 만들어진다) 어떻게 하면 이 집회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질까를 고민하는 - 집회 본연의 목적에 너무나도 충실한 대학생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단순히 어떤 정치적 구호나 주장이 아니라 대학생 자신의 생활이다. 그들은 돌아가면 그 사진들을 싸이에 올리고, 그때 만났던 대학생 친구들을 기억하며, 이날의 집회를 즐겁게 기억할 것이다. 정치활동이란 그럴수록 좋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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