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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8  정치적인 영화가 좋다 - 괴물
정치적인 영화가 좋다 - 괴물
감상 2006/08/08 00:14
정치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잘 만들어진' 정치적인 영화를 사랑한다. 얼마나 멋진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영화 한편으로 만들어낸다는게. 그리고 얼마나 좋은가. 그 정치적인 영화 한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와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게.

어떤 사람은 '괴물'이 정치적이라(정확히는 반미영화라) 싫다 하고, 어떤 사람은 '괴물'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식의 논의는 좀 안타깝다. 정치적 의미를 담지 않는 영화라는게 있기는 있나? 그 의미가 반미이건 반공이건, 연애 허무주의이건 연애 지상주의이건 간에 모든 영화는 의도하는 의미와 주제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를 얼마나 잘, 그리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려냈는가에 있는 것 아닌가. 정치적 의미를 '은근히' 드러낸 영화와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를 평가하고 싶다해도 그건 그 자체, 즉 영화적 완성도 따위로 평가될 일이지 정치적 의미가 있냐, 없냐의 구분으로 될게 아니라고 본다. 영화의 품질을 논한답시고 은근 슬쩍 '정치성이 드러나면 마이너스' 식의 가치 기준을 끼워 넣는, 마치 상식인양. 그런 게 싫다. 아니, 반미 영화면 어떤가. 반공 영화보다야 백번 낫지.

뭐 이런 논란들은, 이 '괴물'이 가지고 있는 정치성이 한국사회에서 민감하고 날카로운 문제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치성 논란에 덮여, 영화 자체가 묻혀버릴까 안타까운 이들의 목소리도 많은것 같고.

어쨌든 내가 본 '괴물'은 아주 정치적이면서도, 꽤 훌륭한 이야기를 가진 그런 영화다. 이토록 정치적인 메세지를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로 만들어낼수 있다는게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누가 봉준호 감독이야 말로 괴물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그만큼 감독의 재간에 감탄, 또 감탄.

노골적인 반미를 말하는, 그래서 가슴 아플만큼 현실적인 그런 이야기가 좋았다.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했었던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 재현되는 장면이 그랬고,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던 진료소밖에서 미군들의 고기파티가 벌어지는 광경도 그랬다. 검증되지 않은 화학무기를 쏘아대는 그 의미는 물론, 주한미군 병사를 영웅 취급하는 뉴스까지. 정말 현실이라서, 그래서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장례식장에서 가족이 오열하는 장면이, 그렇게 슬프더라. '미군의 독극물 방류'에 의해 누군가가 죽어가야 했다는 그 영화적 장치에서, 왠지 효순이 미선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들이 떠오르면서 슬프더라.

괴물이 상징하는 그 무엇에 대항하는 가족, 결국 우리네의 모습이 좋았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 그러나 전혀 이들을 믿지 않아주는 경찰을 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통쾌했고, 영어로 극비사항을 태연히 주고받던 뻔뻔함을 '노 바이러스'라는 단순무식한 '직관'으로 제압해버리는 장면이 그랬다. 모든 일이 끝나 마지막까지 총을 놓지 않고 끝타지 않은 괴물을 주시하는 송강호도, 결국 TV뉴스를 꺼버리고 '밥'에 집중하는 모습도 좋았다.
특히 송강호가 어리버리한 사람으로 설정된 것도, 이 가족들 구성원 중 누구도 권력자들이 요구하는대로 '똑똑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을 말하는 것같아서. 안타깝고, 아팠다.

이런 메세지들이 형상화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잘 다듬어지고 포장되어 하나의 이야기 - 영화로 만들어질수 있다는 것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호감까지 갖게 되더라.

연일 들려오는 괴물 신기록 갱신 소식이 왠지 기쁘다. 독주니 뭐니, 다양성이니 뭐니, 언론과 군중심리니 뭐니.. 그런 말들이 많지만 그리고 맞는 말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게 되면면 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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