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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0  디워 논란 - 평론가에 대한 반발 (8)
디워 논란 - 평론가에 대한 반발
잡설 2007/08/10 09:52
나는 디 워를 보지 않았고, 앞으로 보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특수효과에 별 관심도 없고(트랜스포머도 안 봤다) 영화를 의무적으로 봐줄만큼 심형래를 존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자기 꿈을 위해 매진한 점은 칭찬할만 하지만, 그게 어디 심형래 뿐이랴. 그만큼 고생했다지만 그만큼 유명세도 탔으니)

그래서, 일단 영화로서의 '디 워'에 대한 막역한 찬양도 혹은 냉혹한 비판도 어느 내용이 타당한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워를 둘러싼 논란 중 많은 네티즌들의 극렬한 반응에는 일정 공감하는 편인데, 바로 '평론가에 대한 반발'이 그것이다. (100분 토론에 대한 이런 화려한 반응도, 여기에서 근거하지 않나 싶다)

평론은 왜 필요한가? 왜 특정 사람들의 평은 대중들의 반응과 '싸우기'까지 하는가?

평론이라는건 대중을 위해 '복무'하는 직업이어야 한다. 특히 대중문화 평론이라면, 문화의 주체인 대중들이 그 문화를 적극 향유할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막연하게 '좋다' 혹은 '불편하다'고 느낀 작품에 대해 평론가의 글을 읽고나면 '내가 이러해서 좋았었지. 내 생각이 이거였어!'라거나 '어쩐지 불편하더니 이런 요소 때문이었군..'이라는 식으로 공감할때가 있다. 그런 평론들은 그만큼 나의 사고방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문화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평론이라는건 그런데 '쓸모있는' 것 이다.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위치라는것도, 그런 방식으로 기능해야 할테고.

하지만 대중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그런 쓰레기 작품에 열광하다니.. 역시 사람들은 단순할뿐이야'라거나 대중들이 외면했더니 '이런 작품도 몰라보다니...다들 눈이 없어'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식의 평론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런 평론들을 보고 있다보면 도대체 평론이 왜 필요한건가 싶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작품이라면, 그 속의 어떤 요소에서 대중들의 욕망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왜 대중들은 열광하는지 분석하고 짚어낼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대중들이 철저히 외면했다면 그 이유를 알아낼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때론 사회보다 앞서가는 대중들의 선택이고, 때론 대중들의 선택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치와의 싸움이다.

예를들어 특정 시기에 큰 인기를 얻은 작품에는 그 시대의 욕망이 실현되기 마련이고, 좋은 작품이 묻혀가고 있을때는 문화 공간의 제한성, 자본으로 인한 마케팅과 대중의 선택, 메세지를 실현하는데 부족한 예술적 장치 등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를 분석해내고 전망할때,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을 넘어 문화발전과 사회에까지 영향을 줄만한 '문화적 텍스트'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평론이라는게,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작품들에 대해 쉽게 평가하고,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 뿐이다. '왜' 예술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뇌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평론을 한때 배워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실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초에 그런 입장에서 출발하는 평론은 많지 않다.)

사실 '못하는' 건 상관이 없다. 분석 못하는 평론 따위, 안읽으면 되니까. 근데 더 큰 문제는 분석도 안 하면서 대중을 무시하는, 그런 몇몇 평론가들의 '태도'에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대중의 '취향'을 무시하고, 대중의 '선택'에 코웃음친다.

아무리 영화적으로 비판할점이 많더라도, 대중의 반응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우리식 SF 영화에 대한 갈망이든,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스토리보다는 특수효과에 박수치게 되는 취향이든, 심형래의 영화에 응원해주고 싶은 심정이든.

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것은 다 '존중할 만한' 이유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분석되어야'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런 행동 자체를 '잘못된'것이라 치부한다. 수많은 대중들이 마치 특정 마케팅에 놀아나는 사람들인양 치부하는 그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디워를 선택하는것이 우매한가? 혹은 디워를 칭찬하면 안되는가? 혹은 심형래를 응원하고 싶어서 디워를 보면 안 되는가?

물론, 그런 이유에는 당연히 부적절한 측면도 있고, 개선되어야 할 점도 있을수 있다. 애국주의로 밀어붙이는 마케팅때문에 의무적으로 영화를 보게 만든다면, 그리고 '비판도 못하게 막는' 여론이 앞세워진다면 문화발전에 도움이 될리가 없다. 하지만 부적절한 측면은, 대중들의 선택의 이유를 알았을때에야 제대로 분석이 가능하다. 대중들은 '무지해서' 선택했으니 이런 나쁜점을 모를거야 쯧쯧.. 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게 어디 분석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어떤 평론가들은 "영화 비판조차 마음대로 못하게 만든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영화 비판을 못하게 하는게 아니라, '영화 비판을 한다면서 대중을 무시하는' 태도에 반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특정 평론가를 공격하는 등 무식하게도 반응하고 있다. 그런 행동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 것보다 중요한건 평론가라면 그러한 반응의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의무이기도 하고.

다수의 대중들은 우매하지 않다. 그들의 행동과 감정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고 분석하는게 평론가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무시하는게 평론가의 권리인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반발하는 대중들. 그게 지금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언급하자면, 나는 진중권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100분 토론에서의 모습은 보지 못했으니 제외하고서라도) 그것은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의견이 달라도 존경할만한 사람은 많다) 그의 지식이 하찮다는 것도 아니다. (그는 매우 똑똑하고 논리적이다) 그가 시종일관 고수하고 있는 자세 - 사람들을 비난하고 탓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 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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